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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바란다

부동산 정책만큼 호된 질타를 받으며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정책이 또 있을까?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이른바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가팔라지고 그 범위는 더 넓어졌다. 전국이 투기과열지구가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 서울의 강남 4구는 물론이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엔 30평형 기준으로 15억 원짜리 아파트도 드물지 않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원천 봉쇄하고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니 핵심지역에 집중되던 매수세가 노원, 도봉, 강북이나 금천, 관악, 구로 같은 서울의 중저가 지역과 수도권 그리고 세종, 부산 같은 지방 도시를 거쳐 울산, 파주, 창원 같은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 풍선효과다.

집값 상승은 예견된 일이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유동성을 푸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흔해지는 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명하다. 비단 우리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미국 대도시 집값 동향을 나타내는 케이스 실러 지수는 2020년 12월 현재 9%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집값 역시 구조적 저금리와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주택 수요가 몰리며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집값이 장기간에 걸쳐 오르는 이유는 독특하다. 먼저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전세는 집을 구매하는 데서 개인 간에 이뤄지는 사금융을 통한 레버리지 수단이 된다. 그것도 경우에 따라 집값의 90%까지도 전세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규격화다. 필자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집을 살 때 주위에서 흔히 하던 말이 “결정하기 전에 집 100 채는 봐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단독주택 위주로 되어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집의 구조와 조건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발품을 팔면 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신에게 맞는 실거주 목적의 집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더욱 설득력을 지니는 말이다. 실제로 100채까지는 아니지만 족히 20채 이상의 집을 보고 결정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예를 들어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일명 ‘마래푸’ 30평형을 산다면, 동·호수만 알면 굳이 집을 가보지 않고도 살 수 있다. 같은 구조에 매도가격도 흡사 주식처럼 호가가 촘촘하기 때문에 그저 살까 말까 결정만 하면 될 일이다. 집이 거래되기 매우 유리한 시장이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역시 공급 부족이다. 살고 싶은 동네에 집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격을 올린 것이다. 특별히 젊은 세대들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동네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부재했다. 집값을 묶어두려는 정책이 재건축과 재개발을 더디게 했고, 새로운 투기가 겁나니 입지가 좋은 지역의 택지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거래를 불편하게 하고 대출을 죄어서 잡힐 집값이 아니라는 뜻이다. 살고 싶은 좋은 집의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궁극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주거의 안정이다.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그 안에 평생 살고 싶은 집을 지어서 젊은 세대와 서민에게 공급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젊은이와 서민들이 폭등하는 집값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임 장관이 차별화된 정책을 펴 새해는 집값을 안정화시키고 주거의 안정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copyright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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