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바삭하며 고소하기 그지없는 바클라바. 한번 맛을 보면 손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풍부한 식감은 호주가 자랑하는 문화적 다양성의 풍요로움을 방증하는 듯 한다.
종이같이 얇은 파이 반죽 사이에 견과류를 넣고 달콤한 시럽을 가미한 바클라바는 기독교인, 무슬림, 유태인 모두가 즐긴다는 점에서 호주의 가장 대중화된 다문화 디저트다.
하지만 그 원조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한국인들을 비롯한 다수의 비 중동인들은 바클라바가 터키 음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터키 교민사회 역시 “바클라바의 원조는 터키다”라고 단정짓는다. 이들은 “터키 가지안텝(Gazientep)의 안텝(Antep)이 바클라바가 태어난 곳이고 이곳은 바클라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터키 외에도 바클라바가 보편화 된 시리아, 그리스,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 등 다수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바클라바(Baklava)’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호주공영 SBS는 최근 특집 보도를 통해 바클라바의 원조를 추적했다.
세계사와 함께 한 바클라바의 유래
NSW 대학 역사학과의 닉 도우마니스 교수는 SBS와의 대담에서 “바클라바가 고대 아시리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확실치 않은 주장도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바클라바가 그보다 더 이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얇은 반죽을 겹겹이 포개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던 튀르크 또는 몽골 사람들로부터 바클라바가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도우마니스 교수는 “지중해부터 페르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국가들은 서로 자국이 원조라고 주장하지만 결코 알 수 없는 일로, 어느 국가도 실제로 원조 국가라고 자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SBS는 “원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교민사회가 호주에서 각각 독창적인 바클라바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알제리, 마케도니아, 그리스 세르비아, 이스라엘, 키프로스, 이란, 아르메니아, 이집트와 터키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은 각각 자국 버전의 바클라바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호주에서 재탄생한 호주식 바클라바
시드니에서 마케도니아 교민 1, 2세대 가족이 운영하는 발칸 오븐 카페(Balkan Oven Café)의 경우 기존의 터키 스타일과는 상당히 판이한 유럽풍 바클라바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인 리주비카 포포프스키 씨는 마케도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배운 레시피를 들고 30년 전 호주로 왔다.
그는 해당 레시피에서 창안한 방법으로 여러 겹의 필로(filo)에 호두와 빵가루, 오일을 넣고 마지막으로 설탕 시럽을 부어 만든 유럽 스타일의 바클라바를 만들고 있고 자녀들이 그 비법을 가업으로 잇고 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아몬드와 시나몬이 첨가된 바클라바를 접할 수 있다.
시드니 얼우드에 소재한 한 키프로스 계 호주인 소유의 카페 경영주는“2 겹의 필로(filo)마다 오일을 첨가해 6겹에서 8겹까지 쌓는데 반죽 사이에 다진 아몬드와 시나몬을 섞어 넣고 식물성 오일을 바르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바클라바를 세계에 퍼뜨린 오스만 제국
NSW대학의 도우마니스 교수는 “수세기 동안 중동과 유럽의 광대한 영토를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이 바클라바 보급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16세기 경 최절정기였던 오스만 제국은 알제리에서 페르시아 국경에 이르는 지역과 중앙유럽까지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에 바클라바 보급에 주요 역할을 했다”면서 “광대한 제국의 거의 모든 지역이 바클라바를 소비했고 레시피를 변형하거나 특정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독창적’인 바클라바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세계역사와 함께 다종교 다문화 정신이 깃든 디저트라는설명이다.
‘다문화 디저트’ 바클라바
시드니 남서부 지역의 레바논 케이크 숍 블라스(Abla’s)에서는 피스타치오와 캐슈너츠(cashew nuts)을 가미한 엄청난 양의 바클라바를 일년 내내 만들고 있다.
이 케이크 숍의 주인 찰리 아블라 씨는 “우리 가게에서는 내 부모님의 조국인 레바논의 200년 전통이 담긴 바클라바를 제공한다”고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저의 모국 레바논에는 200년 동안에 걸쳐 달콤한 디저트 바클라바를 만들어온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드니 오번(Auburn)에서 멘질 터키 베이커리(Menzil Turkish Bakery)를 운영하고 있는 터키 계 자영업자 타하 군드즈 씨.
군두즈 씨 역시 바클라바의 역사와 그 상징성을 적극 부각시켰다.
그는 “바클라바의 원조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자기들의 모국이 원조라고 주쟝하지만 동일한 음식을 받아들였다면 다양한 국민성과 문화가 녹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젠가 그것을 인정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바클라바의 역사적 다양성을 방증하듯 최근 캐나다에서도 ‘바클라바’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된 바 있다.
캐나다 계 요르단인이 집필한 이 책은 바클라바의 문화적 의미와 각국 민족의 정체성과 전통에 미친 영향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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